드라마 연인이 끝나고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종영하고 보니 어느새 일 년이 다 간 느낌이 듭니다. 일주일을 기다리며 예고편의 장면과 대사에 퍼즐을 맞추며 의미를 해석해 보고 배우들의 연기와 서사에 긴장감이 파동을 치다 보니 누군가의 감상처럼 감정소모가 컸습니다. 로맨스 사극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역사 한가운데에 있던 인물들을 녹여내면서 역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그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작품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힘들었던 역사에서 고달픈 전이를 느끼게 만든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드라마는 관점이나 이론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관계에서 자아분화와 독립성을 논하기에 좋을 듯합니다.
마지막 회에서 궁금했던 이장현과 장철의 예상했던 가문의 비밀이 자세히 드러났습니다.
이장현은 다시 만나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버지 장철을 만납니다. 미해결 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면이 필요합니다. 잊었던 기억을 소환하고 아버지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투척합니다. 누나의 죽음이 ‘너를 위해서, 너의 앞날에 누가 될까’란 아버지의 가스라이팅같은 합리화로 이장현은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이네요. 아버지 장철이 소중하게 여겼을 것으로 짐작한 가문의 아들, 이장현이 가출을 통해 아버지를 응징하고 관노비가 되어 떠돕니다. 그러다 어린 량음을 구출하여 의주의 구양천 형님을 찾아가 새로운 유사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물려받은 이름을 이장현이라 성을 개명하고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라 보입니다. 그러나 주변 아끼는 인물들에 대한 죽음을 불사한 희생은 때로 자해, 자기 처벌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네요. 아버지를 거스르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누이와 조부가 몰락시킨 집안의 마지막 남은 사내인 노비 삼도에 대해 희생하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났던 것은 누이와는 다른 생명력이 강한 길채와의 끊어질 듯한 인연이 명확해지면서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장철은 한동안 인조와 대척점에 서서 투쟁을 하였으나 이장현의 할아버지가 저지른 과거를 알고 관노로 만들 수 있다 위협하자 두려움을 느낀 장철은 인조를 거스르지 못하고 가문의 명예를 위해 아들을 죽이라 명합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된 태도에 혼란을 느낀 유사 아들이자 제자인 남현준이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그를 간신히 죽음에서 놓아주게 됩니다. 그는 여러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치체계에 혼란을 갖게 되고 조금이나마 분화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장현의 기억상실은 [본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를 살짝 떠올리게 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고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로 남아있는 가문, 가족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아버지 장철의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따라 포로를 위해 투쟁하는 독립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일찌감치 집을 나와 떨어져 지내면서 독립을 이루어 정서적으로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내던지는 것에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물리적인 죽음이라는 것, 여러 번의 죽음과 마주한 이장현에게 그 죽음은 다시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보입니다. 죽음이란 상징은 기존 가치체계를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자아로 태어나기 위해 내면에 쌓여있는 아버지, 누이, 누이의 연인인 노비 삼도에게 묶여있던 해결되지 못한 죄책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죽음으로 그린 것과도 같아 보입니다.
매력적인 서사와 연기력이 뒷받침된 배우들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정서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때로 무미건조한 일상에 활력을 주고 가치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눔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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