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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지원

[도서]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by 발견하는 기쁨-하영김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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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두형 (지은이)
출판사 : 갈매나무
출판일 : 2024년 10월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아래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정신건강의학에서 다루는 수용전념치료라는 전문적인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변환해 삶의 철학으로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합니다. 누구나 고민하게 마련인 관계, 트라우마, 불안, 삶의 의미 등을 상담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상황을 통해 이야기하며, 막연한 감정을 맥락 속에서 들여다보고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의 어려움-첫 번째 축 수용
늘 자책하는 내가 나조차 버거울 때-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한 당신에게

 

왠지 자책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게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래야만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 그렇지 않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발전이 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다면 그러지는 않아도 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억지 노력과 다그침보다는 묵묵히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위로와 힘이다. 그러니 조금 더 내게 친절해도 된다. 당신이 너무도 아끼고 소중해 마지않는 누군가가 힘들어 할 때 건네고 싶은 따뜻한 말, 그 말이야말로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므로.

 

 

평가하는 대신 관찰하는 연습-두 번째 축 탈융합

상처받은 기억이 자꾸 되살아난다면-용서하라는 말에 더 괴로운 당신에게

 

상처받은 기억을 없던 것으로 돌릴 수는 없다. 

트라우마는 그 자체로 고통을 줄뿐더러, 그동안 소중히 여기던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삶을 황폐화하는 기전이 있다.

심리적 외상을 다룰 때 내가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과거의 아픔이 현재의 소중하고 사소한 일상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고통의 기억 앞에서 오늘 날씨의 포근함, 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주는 청량함, 기다리던 사람이 먼발치에서 보이기 시작할 때의 설렘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진다. 그 ‘그따위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지는’ 지점이, 내가 가장 열심히 투쟁하는 지점이다. 나는 당신의 과거를 바꿀 능력은 없지만, 그 과거가 현실의 소중함을 앗아가는 지점에 대해서는 당신과 함께 격렬히 저항하고 싶다. 비현실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용서보다는 차라리 억울함과 분노가 괜찮다. 적극적으로 억울해하고 가장 솔직하게 분노하기를 권한다. 단지 방향은 조금만 틀면 좋겠다. ‘왜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라는 분노를 ‘그 일도 억울한데, 왜 내가 그로 인해 오늘의 소중함마저 잃어야 하는가’로.

 

보란 듯이 잘 살자는 것이 아니고, 무리해서 애써 용서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내일도 당신의 하루가 열릴 테니, 그 하루가 그 아픈 기억과는 철저히 상관없는 일상이기를 기도한다. 그 아픔이 있기 훨씬 오래전부터 일상을 늘 함께해온 당신이 아끼는 것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들 그리고 그들은 당신이 상처를 바라보는 대신 예전처럼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할 때 생기는 일들-세 번째 축

현재와의 접촉‘꼭 필요한 불안만 만나는 시간’ 정하기-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당신에게

 

삶은 어느 순간에도 미래에 대한 의문에 완벽한 확신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지금 당면한 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불확실성이라는 벽에 부딪혀 왜곡되고 증폭된다. 대책을 세워 안도감을 얻으려 걱정을 거듭할수록, 안도할 수 없게 하는 부정적인 예측이 자꾸만 떠올라 오히려 불안을 키우는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굴레에 빠진다. 불확실성을 모두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불안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인간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온전한 평안’에는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할 용기’를 제안한다. 그 용기는 알 수 없는 미래,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걱정하느라 소진되는 귀한 시간과 마음의 여력을 지금 우리의 삶에서 실제로 시도할 수 있는 것, 지금의 최선인 것을 떠올리고 실행하는 데 쓰이도록 해준다.

어떠한 삶의 순간에서도, 불안한 대로 ‘지금 그대로의 최선’이 있다. 완벽한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지금의 최선이기 때문에 시도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확신하여 불안이 소멸되어야 한다’는 부담만 없으면 구체적인 방법, 지금의 최선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은 더 쉬운 일이 된다. 이러한 통찰을 이어가다 문득 떠올린 불안의 법칙이 있다. ‘한 시간의 법칙’이다.

이는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응하는 실효적인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는 데는 대개 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법칙이다. 달리 말해 그 정도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고민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면 온종일, 몇 날 며칠을 붙잡고 고민해도 뾰족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도 된다. 그 시간 동안만큼은 마음껏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단 그 두려움이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질지’로 흐르지 않고 ‘지금의 내게 어떤 것이 최선인지’를 고민하는 방향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나’라는 현상과 진짜 ‘나’사이에서-네 번째 축 맥락으로서의 자기
나에게 다정한 연인이 되어주는 법-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당신에게

 

나를 사랑해야지, 라고 생각하기 전에 ‘내 마음의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느끼게 될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신차려’ ‘이대로는 안 돼’라는 습관적인 자기 비하나 압박보다는 꼭 필요한 제안에 격려를 함께 담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한번 해볼까.’ ‘꼭 필요한 선택이라면 조금은 과감해져도 괜찮아.’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같이 힘을 내줄게.’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지만 듣기 어려운 말을 스스로에게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다가올 모든 순간의 최선을 찾아서-다섯 번째 축 전념

불편한 느낌 속 고단한 나의 행복-출근하기 싫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그 원칙을 따라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때의 내게 결여된 것은 의미였다. 견뎌서 먹고 산다,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혹은 월급을 쌓거나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번다, 같은 식상하고 표면적인 명제들 외에 삶을 지탱하는 것이 없었다. 결여된 의미는 일시적인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은 피하자는 원칙으로 이어졌으나, 영원한 즐거움은 존재하지 않았고 고됨을 완전히 없애는 것도 불가능했다. 조금 덜 힘들거나 많이 힘들거나, 그 굴레의 반복이 허무했다.

삶에서 지향하는 것, 바라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부처가 아닌 한낱 인간이라서 늘 나름의 의미를 소망하고 가치를 추구한다. 

만약 오늘 불안하고 고단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성실히 또 묵묵히 당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중이라는 증거이자, 곧 당신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길어 올리게 되리라는 단서일 거라고.

 

 

나답다고 느끼는 마음에 대한 탐구-여섯 번째 축 가치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원치 않은 결과에 좌절한 당신에게

 

우리에게 어떤 일은 예상보다 더 좋게 일어나고, 어떤 일은 생각보다 더 형편없이 진행된다. 스스로가 얼마나 최선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와는 무관하게 삶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원칙이 그렇다면 나는, 노력이 나를 어떻게 배신했는지를 되새기면 살지는 않겠다.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어떻게 나를 배신할지를 예측하며 두려워하는 것은 더욱 원치 않는다.

대신 아침마다 오늘 하루 나아갈 방향을 떠올리고, 하루만큼 허락된 걸음을 내딛는 일을 매일 새로이 한다. 그 작심하루를 평생 반복하고 싶다. 어떠한 결과물을 이루기

아니라, 소중한 것들을 머릿속에 품고 이를 향해 하루를 온전히 몰입하는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모습이 좋아서’ 그러한 나날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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